제게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시간이 멈춰있습니다. 재택근무를 두 달 가까이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눈 깜짝하니 벌써 5월이네요. 집에 혼자 있으면서 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고 대학원 가고 취업을 하면서 앞만 보며 달려왔습니다. 중간에 코스를 이탈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지나온 길이 아까워서? 인지 가지치기로 다른 활동은 해도 줄기를 바꾸진 못했습니다. 딱히 이유 없이 취업하고 돈 벌겠다는 목표만 보고 살아온 것 같네요.
그러면서 점점 지금 하는 일은 왜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 일이 나한테 맞을까?'에서 더 원초적 질문인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네요.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교, 대학원까지 나왔으면서 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는지 답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 들었습니다. 취업할 때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게 크다고 봅니다.
이런 생각으로 잡생각이 많아지면서 잡생각도 없앨 겸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토요일마다 미술학원을 두 달 정도 다니다가 코로나로 못 가게 되었고 혼자 다시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선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물체를 따라 그리고 애니 캐릭터 같은 것도 따라 그려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잡생각이 점점 사라지고 어느새 그림에 집중하게 되네요. 선하 나하나 그릴 때마다 잡생각 하나하나 없어지는 느낌.. 선이 모여 하나의 완성품이 됐을 땐 살면서 이렇게 끝까지 완성한 게 있었나 생각이 듭니다.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기분이 한동안 좋습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이제 선하나 그었는데 완성되지 않을 것을 조급해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림을 완성하려면 선을 채워야 하는데 '왜 여기서부터 선을 그었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지금 그 은선이 나중에 어차피 채워야 할 수 도있는 선이고 이 선이 언젠가는 완성품에 도움을 주는 선이라고 생각을 하니 저의 기술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림처럼 무언가 제대로 완성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해보고 싶었던 것들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끝맺음을 맺어보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여러모로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네요.
그림을 시작해보려고 생각하시는 분이나 그림 그리기를 망설이시는 분들 연필 잡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